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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춘 10화 | 남겨진 조각

삼춘

제10화. 남겨진 조각

현관문이 닫힌다.

도어락이 잠기는 소리를 확인하고서야 중원은 돌아선다.

돌봄 이모는 이십 분 안에 도착한다.

그동안 아이들만 두고 가는 게 마음에 걸린다.

그래도 발을 뗀다.

중원은 엘리베이터가 내려오는 숫자를 바라본다.

이 문 앞에서 명현과 웃던 게 불과 몇 분 전이다.

진이와 환이도 하루 종일 웃던 날이다.

오랜만이었다.

아이들이 부모 얘기를 하지 않은 하루.

자신도 사건을 잠시 잊었던 하루.

그런데 불독의 전화 한 통으로 모든 게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네 누나가 남긴 게 있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중원이 안으로 들어간다.

휴대전화 화면에는 불독이 보낸 주소가 떠 있다.

일반 병원이 아니다.

국에서 관리하는 보호 병동.

중원이 화면을 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다.

조금 전까지의 삼춘은 사라진다.

소설 삼춘 10화 이중원이 늦은 밤 국의 보호 병동에 도착해 불독과 마주하는 장면
누나가 남긴 단서를 확인하기 위해 중원은 다시 보호 병동으로 향한다.

병동 복도는 지나치게 조용하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 것만은 아니다.

출입문 앞에는 사복 차림의 경비 인력이 서 있다.

신분 확인은 하지 않는다.

중원의 얼굴을 확인한 남자가 그대로 문을 열어준다.

복도 끝.

불독이 자판기 앞에 서 있다.

종이컵을 들고 있지만 마시지는 않는다.

중원이 다가간다.

“박정호는요?”

불독이 병실 쪽을 턱으로 가리킨다.

“깨어 있어.”

“상태는?”

“말은 할 수 있어.”

중원이 병실로 향하려 한다.

불독이 부른다.

“중원아.”

중원이 멈춘다.

“왜요.”

불독은 잠시 말을 고른다.

“오늘 들은 얘기.”

“예.”

“아직 누구한테도 얘기하지 마.”

중원의 눈이 불독을 향한다.

“무슨 뜻입니까?”

“그냥 그대로 알아들어.”

“국에도?”

불독은 대답하지 않는다.

중원의 표정이 조금씩 굳는다.

“불독.”

“나도 아직 확신 없어.”

“뭘요.”

불독이 종이컵을 구긴다.

“그래서 확인하고 있는 거야.”

중원은 더 묻지 않는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불독도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고 있다.

박정호는 침대에 기대어 앉아 있다.

얼굴에 아직 핏기가 없다.

옆구리 상처는 응급 처치가 끝났고, 왼팔은 고정대에 걸려 있다.

중원이 들어오자 박정호가 천천히 고개를 든다.

둘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본다.

소설 삼춘 10화 보호 병동에서 이중원과 부상당한 박정호가 대화하는 장면
살아남은 박정호는 빈 하드케이스와 ARES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연다.

박정호가 먼저 입을 연다.

“많이 닮았네.”

중원의 표정이 굳는다.

“그 얘기는 들었습니다.”

“네 누나.”

박정호가 힘겹게 웃는다.

“표정까지 비슷해.”

중원은 의자를 끌어 침대 옆에 앉는다.

“누나가 뭘 남겼습니까.”

박정호가 바로 대답하지 않는다.

대신 중원을 바라본다.

확인하듯.

“케이스는?”

중원의 시선이 달라진다.

“비어 있었습니다.”

박정호가 고개를 끄덕인다.

놀라는 기색이 없다.

중원이 묻는다.

“알고 있었습니까?”

“그래.”

“저장장치는 어디 있습니까?”

박정호가 희미하게 웃는다.

“없어야 할 곳에 없었던 거야.”

“말장난할 기분 아닙니다.”

“나도 아니야.”

중원의 목소리가 낮아진다.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박정호의 웃음이 사라진다.

“알아.”

잠시 침묵이 흐른다.

“네 누나도.”

중원의 턱에 힘이 들어간다.

박정호가 천천히 숨을 들이쉰다.

“그 케이스는 처음부터 미끼였어.”

중원의 눈이 움직인다.

“미끼?”

“그걸 들고 움직이면 누가 따라붙는지 알 수 있으니까.”

“아레스?”

박정호는 대답하지 않는다.

중원이 다시 묻는다.

“아레스 맞습니까?”

잠시 후.

박정호가 고개를 끄덕인다.

“맞아.”

중원이 몸을 조금 앞으로 기울인다.

“그 회사가 왜 에이돌론을 쫓습니까.”

박정호의 눈빛이 달라진다.

“회사?”

“ARES Global.”

박정호가 코웃음을 친다.

“그걸 회사라고 믿어?”

중원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인다.

“무슨 말입니까.”

박정호는 잠시 병실 문을 바라본다.

밖에 누가 있는지 확인하는 듯하다.

그리고 목소리를 낮춘다.

“아레스는 연구를 하는 곳이 아니야.”

“그럼.”

“움직이는 곳이지.”

“뭘.”

“시키는 걸.”

중원의 눈빛이 차갑게 식는다.

“누가 시킵니까.”

박정호는 입을 다문다.

한동안 대답하지 않는다.

“박정호 씨.”

“몰라.”

“모른다고요?”

“정확히는.”

박정호가 중원을 바라본다.

“아레스가 꼭대기가 아니라는 것만 알아.”

중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몇 초가 흐른다.

“어떻게 알았습니까.”

박정호가 눈을 감는다.

오래전 일을 꺼내는 사람처럼 천천히 입을 연다.

“에이돌론이 일정 단계에 들어간 뒤부터 이상한 요구가 들어오기 시작했어.”

그때는 연구팀도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상부에서 내려오는 검토 요청.

외부 보안 점검.

샘플 관리 절차 변경.

처음에는 모두 단순한 행정 절차라고 생각했다.

아레스라는 이름도 전면에 나오지 않았다.

다른 회사 이름.

다른 기관 이름.

다른 담당자.

겉으로는 서로 연결점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박정호가 요청 기록을 겹쳐 놓자 반복되는 흔적 하나가 보이기 시작했다.

여러 번 우회된 뒤에도 마지막에 남는 같은 중계 지점.

박정호가 그 흔적을 끝까지 추적한 뒤 처음 확인한 이름.

ARES.

“네 누나가 제일 먼저 이상하다고 했어.”

중원의 시선이 멈춘다.

박정호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처음엔 나도 과민반응이라고 생각했지.”

“누나는 뭐라고 했습니까.”

“우리가 연구하는 걸 누군가 처음부터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중원은 말없이 듣는다.

“외부에서요?”

“아니.”

박정호가 고개를 젓는다.

“그랬으면 오히려 쉬웠겠지.”

“무슨 뜻입니까.”

“우리가 뭘 했는지 너무 빨리 알았어.”

중원의 눈빛이 서서히 변한다.

회의에서만 나온 내용.

보안 구역 안에서 결정된 일정.

연구원 외부 이동 시간.

보관 장소 변경.

그런 정보가 외부 요청에 반영되어 다시 돌아왔다.

너무 빨랐다.

누군가 연구실 안에서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중원이 묻는다.

“연구원 내부에 사람이 있었다?”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어.”

“처음엔?”

박정호가 잠시 침묵한다.

“나중엔 그것만으로 설명이 안 됐어.”

중원이 박정호를 바라본다.

“왜요.”

“보호 요청을 넣었거든.”

중원의 표정이 굳는다.

“어디에.”

박정호는 바로 대답하지 않는다.

그 침묵이 오히려 답에 가깝다.

“국가 쪽.”

중원의 눈이 가늘어진다.

“어디까지 올라갔습니까.”

“몰라.”

박정호의 목소리가 낮아진다.

“그런데 보호 요청을 넣고 나서.”

잠깐 숨을 고른다.

“상대 움직임이 더 빨라졌어.”

병실 안이 조용해진다.

중원의 얼굴에서 감정이 사라진다.

박정호가 말한다.

“그때 네 누나가 나한테 그랬어.”

며칠 전.
연구원 주차장.

늦은 밤이었다.

주차장에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박정호가 차 문을 열려는데 뒤에서 중원의 누나가 그를 불렀다.

평소와 달랐다.

표정이 굳어 있었다.

소설 삼춘 10화 연구원 주차장에서 중원의 누나가 박정호에게 보호 요청을 멈추라고 경고하는 과거 장면
사고가 일어나기 전, 중원의 누나는 이미 누군가가 내부 움직임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다.

“박 박사님.”

“왜요?”

그녀는 주변을 한번 둘러봤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보호 요청, 더 넣지 마세요.”

박정호는 이해하지 못했다.

“왜요?”

“이상해요.”

“뭐가요.”

“너무 빨라요.”

“뭐가.”

그녀는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다 말했다.

“우리가 어디로 움직이는지 저쪽에서 먼저 알고 있어요.”

그때 박정호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내부 보안 문제라고 생각했다.

누가 연구정보를 팔고 있다고.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연구원 사람만 봐서는 안 될 것 같아요.”

“무슨 뜻이에요?”

그녀는 대답하지 않는다.

대신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만약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박정호가 그녀를 바라본다.

“중원이를 찾아요.”

현재.

중원의 숨이 잠깐 멈춘다.

서로 끝까지 말하지 않던 사이다.

그런데 누나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걸까.

손끝이 아주 조금 떨린다.

하지만 중원은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는다.

“그게 끝입니까.”

“아니.”

박정호가 침대 옆 서랍을 바라본다.

중원이 서랍을 연다.

안에는 작은 비닐봉투 하나가 있다.

박정호가 말한다.

“꺼내.”

중원이 봉투를 집는다.

안에는 오래된 사진 한 장이 들어 있다.

중원의 손이 멈춘다.

가족사진이다.

누나와 매형.

아직 어린 진이와 환이.

그리고 중원.

몇 년 전 모습이다.

지금보다 훨씬 평범하던 때.

중원은 사진을 한동안 바라본다.

“이걸 누나가 줬습니까.”

“그래.”

“언제요.”

“사고 나기 며칠 전에.”

중원이 사진을 뒤집는다.

뒷면에 짧은 글씨가 적혀 있다.

누나의 필체다.

중원의 눈이 움직인다.

중원아. 우리가 처음 약속했던 곳.

그 아래.

숫자가 하나 더 적혀 있다.

11 / 14

소설 삼춘 10화 박정호가 건넨 가족사진과 사진 뒤의 11 14 단서를 확인하는 장면
누나가 남긴 가족사진. 뒷면에는 중원만이 풀 수 있는 문장과 11 / 14가 적혀 있다.

중원의 표정이 굳는다.

박정호 집에서 봤던 숫자다.

중원이 고개를 든다.

“11, 14.”

박정호의 눈빛이 달라진다.

“그걸 봤어?”

“당신 집에서도.”

박정호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중원이 묻는다.

“11월 14일입니까?”

박정호가 고개를 젓는다.

“아니.”

“그럼.”

“날짜가 아니야.”

“뭡니까.”

박정호는 중원의 손에 들린 사진을 바라본다.

“그건 네가 알아야 해.”

중원의 얼굴이 굳는다.

“또 그 얘깁니까.”

“네 누나가 그렇게 말했어.”

“뭐라고요.”

박정호가 천천히 말한다.

“중원이는 보면 알 거라고.”

병실 문이 열린다.

의사가 들어온다.

“여기까지 하시죠.”

중원이 박정호를 본다.

“저장장치는 어디 있습니까.”

박정호가 눈을 감는다.

“그걸 찾으려면.”

잠시 숨을 고른다.

“사진부터 풀어.”

“박정호 씨.”

“그리고 중원아.”

중원의 표정이 멈춘다.

박정호가 처음으로 이름을 편하게 부른다.

“아레스만 쫓지 마.”

중원이 그를 바라본다.

“무슨 뜻입니까.”

박정호가 눈을 뜬다.

“걔들은 손이야.”

중원의 눈빛이 달라진다.

“손?”

“그래.”

“그럼 머리는 누굽니까.”

박정호는 대답하지 않는다.

의사가 중원을 바라본다.

더 이상은 안 된다는 표정이다.

중원은 천천히 일어난다.

병실을 나가려는 순간.

뒤에서 박정호의 목소리가 들린다.

“네 누나가 무서워했던 건.”

중원이 멈춘다.

“아레스가 아니었어.”

중원이 돌아본다.

하지만 박정호는 다시 눈을 감는다.

복도.

중원이 나오자 명현이 벽에 기대어 서 있다.

집에서 헤어진 지 아직 한 시간도 안 된다.

그런데 옷차림은 그대로다.

편한 니트.

청바지.

위에 코트만 걸치고 있다.

중원이 묻는다.

“너 왜 여기 있어.”

명현이 중원을 쳐다본다.

“오늘 그 질문만 세 번째인 거 알아요?”

중원의 입가가 아주 조금 움직인다.

“집에 간 줄 알았지.”

“갔다가 연락받고 왔죠.”

“누구한테.”

“불독 선배.”

중원이 복도 끝을 바라본다.

불독은 보이지 않는다.

명현이 묻는다.

“뭐래요?”

중원은 잠시 대답하지 않는다.

불독의 말이 떠오른다.

아직 누구한테도 얘기하지 마.

그런데도 입이 먼저 열린다.

“아레스가 끝이 아니래.”

명현의 표정이 달라진다.

“무슨 뜻이에요?”

“시키는 놈이 따로 있다는 거지.”

명현은 아무 말 없이 중원을 본다.

중원이 손에 든 가족사진을 내려다본다.

“그리고.”

“네.”

“우리 쪽에서도 정보가 샜을 가능성이 있어.”

명현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진다.

“우리 쪽이라는 게.”

중원이 명현을 바라본다.

“아직 몰라.”

명현은 더 묻지 않는다.

중원이 사진을 주머니에 넣는다.

명현이 말한다.

“괜찮아요?”

“뭐가.”

“누나 얘기.”

“괜찮아.”

명현이 중원을 잠시 바라본다.

“아까 애들이랑 있을 땐 잘 웃었잖아요.”

“그래서.”

“한 시간도 안 됐는데 벌써 이 얼굴이네요.”

중원이 피식 웃는다.

“아까는 사람 같다며.”

“지금은 다시 ZERO네요.”

“그러게.”

명현이 따라 웃으려다 그만둔다.

그리고 중원 옆으로 나란히 걷는다.

같은 시각.

국가 특수정보작전팀 작전실.

강태성은 퇴근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모니터에는 ARES 관련 자료가 여러 개 떠 있다.

소설 삼춘 10화 HAWK 강태성이 작전실에서 ARES 차량 이동 경로와 통제 시간을 분석하는 장면
HAWK는 ARES가 공식 통제보다 먼저 움직였다는 이상한 흔적을 발견한다.

법인 정보.

출입국 기록.

차량 이동.

통신 내역.

태성은 그중 하나를 반복해서 보고 있다.

전날 창고에서 빠져나간 ARES 인원들의 이동 경로다.

이상하다.

경찰 차단선.

임시 검문.

교통 통제.

그들은 단 한 번도 걸리지 않는다.

처음부터 어디를 피해야 하는지 알고 움직이는 것처럼.

태성이 화면을 확대한다.

통제 명령이 내려간 시간.

ARES 차량이 경로를 바꾼 시간.

태성의 표정이 굳는다.

ARES가 방향을 바꾼 쪽이 더 빠르다.

“……이거 뭐야.”

태성이 다시 시간을 확인한다.

오류가 아니다.

공식 통제가 현장에 전달되기도 전에 ARES 차량은 이미 다른 길로 빠져 있다.

태성이 의자에 등을 기대지 않는다.

이번에는 몸을 앞으로 당긴다.

“이 새끼들, 알고 있었네.”

다른 자료를 연다.

ARES 차량 번호.

가짜다.

운전자 신원.

없다.

국내 체류 기록.

불완전하다.

그리고 창고작전 당일 사용된 통신 중계 지점 하나.

태성의 손이 멈춘다.

국가 보안망과 직접 연결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너무 가까운 구간을 거쳤다.

우연이라고 보기엔 이상하다.

태성은 잠시 고민한다.

그리고 새 메시지 창을 연다.

받는 사람을 입력한다.

이중원.

손가락이 멈춘다.

연락할 이유 같은 건 애초에 없는 사람이다.

정체도 모르는 놈.

자기 팀에 명령부터 하던 인간.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태성이 메시지를 지운다.

다시 입력한다.

불독.

자료를 첨부한다.

그리고 짧게 쓴다.

ARES가 사전에 작전 통제선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확인 필요.

전송.

태성은 한동안 화면을 바라본다.

“이거…… 냄새가 너무 나는데.”

새벽.

중원의 집.

집 안은 조용하다.

이모도 자기 방으로 들어간 뒤다.

진이와 환이는 이미 자고 있다.

중원은 아이들 방문을 조용히 열어 숨소리를 확인한다.

삼춘은 온다. 그 말은 오늘도 거짓이 되지 않는다.

소설 삼춘 10화 새벽 집으로 돌아온 이중원이 잠든 아이들을 확인하고 가족사진의 단서를 되짚는 장면
아이들이 잠든 새벽, 중원은 누나가 남긴 오래된 약속을 떠올리기 시작한다.

그제야 거실 테이블 앞에 혼자 앉는다.

앞에는 가족사진이 놓여 있다.

누나 가족과 함께 놀러 간 날이다.

사진 속 자신은 지금보다 웃는 얼굴이다.

중원은 사진을 뒤집는다.

중원아. 우리가 처음 약속했던 곳.

11 / 14

몇 번을 봐도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

그때 휴대전화가 진동한다.

불독이다.

메시지 하나.

태성이 보낸 자료가 전달되어 있다.

ARES 차량의 이동 경로.

통제 명령 시간.

우회 시점.

중원의 눈빛이 점점 차가워진다.

통제가 내려오기 전에 그들은 이미 알고 있다.

박정호의 말은 더 이상 증언에 머물지 않는다.

의심이 처음으로 증거를 얻는다.

중원은 휴대전화를 내려놓는다.

그리고 다시 사진을 집어 든다.

우리가 처음 약속했던 곳.

중원이 눈을 감는다.

누나와 했던 약속.

어린 시절.

학교.

집.

부모님.

장례식.

수많은 기억이 지나간다.

그때.

한 장면이 멈춘다.

비가 내리던 날.

아직 두 사람이 어릴 때였다.

중원은 싸우고 집을 나갔다.

누나는 몇 시간을 찾아다녔다.

결국 한 장소에서 중원을 발견했다.

누나가 울면서 말했다.

“다음부터 없어질 거면 나한테 먼저 말해.”

어린 중원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왜.”

“내가 찾으러 가게.”

“싫어.”

“그럼 약속해.”

“뭘.”

누나가 손가락을 내밀었다.

“무슨 일 생기면 여기서 만나자.”

중원의 눈이 열린다.

사진을 다시 본다.

입술이 아주 작게 움직인다.

“설마…….”

제1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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