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춘 7화 | 세 개의 추적
삼춘
제7화. 세 개의 추적
아침 7시 12분.
국가전략위기대응국 지하 상황실.
대형 모니터에 서울 지도가 떠 있다.
붉은 점 하나가 화면 한쪽에서 깜빡인다.
중원은 팔짱을 낀 채 그 점을 바라본다.
명현은 옆자리에서 박정호의 통신 기록을 다시 확인하고 있다.
“마지막 휴대전화 신호가 여기예요.”
화면이 확대된다.
서울 서남쪽.
낡은 상가와 소규모 공장이 섞여 있는 지역이다.
중원이 묻는다.
“몇 시?”
“사라지기 전날 밤 10시 43분.”
“그다음은?”
“없어요.”
명현이 다른 화면을 띄운다.
“전원이 꺼진 건 10시 51분. 카드 사용도 그날 이후 없고요.”
중원이 화면을 바라본다.
8분.
박정호는 마지막 위치가 잡힌 뒤 8분 만에 휴대전화를 껐다.
“차는?”
“없어요. 본인 명의 차량은 집에 그대로 있었어요.”
“택시.”
“확인했는데 호출 기록 없어요.”
“대중교통.”
“교통카드도 안 썼어요.”
중원이 천천히 의자에 앉는다.
이상하다.
사라지려고 마음먹은 사람치고는 너무 깨끗하다.
반대로 누군가에게 끌려간 사람이라고 보기에도 이상하다.
신발과 겉옷은 사라졌고.
자기 발로 집을 나섰다.
중원이 낮게 중얼거린다.
“이 사람…….”
명현이 돌아본다.
“왜요?”
“도망간 게 아니야.”
“그럼요?”
중원의 손가락이 책상을 천천히 두드린다.
“숨은 거야.”
명현의 눈빛이 달라진다.
“둘이 다른가요?”
“다르지.”
중원이 화면 속 박정호의 사진을 바라본다.
“도망가는 사람은 멀리 가려고 해.”
“…….”
“숨는 사람은 가까운 곳에서 기다려.”
“뭘요?”
중원은 대답하지 않는다.
그게 문제다.
박정호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었을까.

잠시 후.
자동문이 열리고 불독이 들어온다.
손에는 커피가 들려 있다.
“밤새웠냐?”
명현이 대답한다.
“선배가 집을 안 가잖아요.”
불독이 중원을 본다.
“애들은?”
“전화했어요.”
“이모님 계시고?”
“예.”
불독이 고개를 끄덕인다.
중원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박정호 가족관계 다시 확인했어요?”
“없어.”
“친구.”
“조사 중.”
“군대 동기.”
“그것도.”
“학교.”
불독이 커피를 내려놓는다.
“야.”
중원이 돌아본다.
“왜요.”
“우리 애들 일한다.”
“알아요.”
“아는 놈이 10분마다 물어보냐?”
“급하니까.”
불독이 헛웃음을 흘린다.
“복귀 하루 만에 사람 잡네.”
명현의 입가에 웃음기가 번진다.
중원이 그녀를 바라본다.
“왜 웃어?”
“아니에요.”
“웃었잖아.”
“기분 탓이에요.”
중원이 잠시 명현을 바라본다.
어제 자신이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준다.
불독이 두 사람을 번갈아 보더니 고개를 젓는다.
“아침부터 아주 보기 좋다.”
“뭐가요?”
두 사람이 동시에 묻는다.
불독이 피식 웃는다.
“됐다.”
그 순간.
명현의 모니터에 새로운 창이 하나 뜬다.
“잠깐.”
두 남자의 시선이 동시에 명현에게 향한다.
명현의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인다.
“박정호 CCTV 하나 잡혔어요.”
중원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언제?”
“실종 당일.”
화면에 흐릿한 CCTV 영상이 나타난다.
밤 10시 47분.
한 남자가 골목을 걷고 있다.
모자를 눌러쓰고 있지만 체형은 박정호와 비슷하다.
명현이 영상을 확대한다.
“얼굴 대조 87퍼센트.”
중원의 시선이 남자의 오른손에 멈춘다.
작은 가방 하나를 들고 있다.
“저거 확대.”
화면이 커진다.
검은색 하드케이스.
불독의 표정이 달라진다.
“집에 있던 흔적 크기하고 비슷한데.”
중원도 같은 생각이다.
박정호의 책장.
먼지가 쌓여 있던 자리 가운데 유독 깨끗했던 공간.
누군가 가져간 물건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박정호가 비슷한 크기의 케이스를 들고 있다.
중원이 묻는다.
“어디로 갔어?”
“잠깐만요.”
명현이 주변 CCTV를 차례로 연결한다.
첫 번째.
박정호가 골목을 지난다.
두 번째.
횡단보도를 건넌다.
세 번째.
오래된 상가 건물 옆을 지난다.
그리고 네 번째.
사라진다.
“끝이에요.”
“그 주변 건물.”
지도가 열린다.
명현이 하나씩 확인한다.
세탁공장.
자동차 부품창고.
폐쇄된 냉동물류시설.
중원의 시선이 마지막 장소에서 멈춘다.
“여기.”
“냉동창고요?”
“지금도 써?”
“3년 전에 폐업했어요.”
“소유주는?”
명현이 조회한다.
잠시 후 표정이 묘해진다.
“법인이네요.”
“어디.”
“청우물산.”
불독이 바로 묻는다.
“실소유주.”
“잠깐만요.”
명현의 손이 다시 움직인다.
몇 단계의 법인이 이어진다.
그리고 마지막에 해외 투자회사 하나가 나타난다.
중원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는다.
명현이 회사명을 읽는다.
“ARES Global.”
상황실이 조용해진다.
중원이 재킷을 집어 든다.
“가자.”
불독이 바로 막는다.
“잠깐.”
“왜요.”
“지원 붙여.”
“필요 없습니다.”
“제로.”
중원의 움직임이 멈춘다.
불독의 표정에는 장난기가 없다.
“이번 건 네 가족 일이다.”
“알아요.”
“그러니까 더 붙이라고.”
중원이 불독을 바라본다.
“사람 많아지면 들켜요.”
“이미 들켰어.”
불독이 어제 박정호의 집 앞에 있던 SUV 사진을 화면에 띄운다.
“아레스도 네 얼굴 봤다.”
중원이 잠시 화면을 바라본다.
그러다 문으로 향한다.
“그래서 빨리 가야죠.”
“야!”
중원은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명현이 태블릿을 챙긴다.
불독이 그녀를 바라본다.
“뮤즈.”
명현이 멈춘다.
“네.”
불독의 목소리가 낮아진다.
“쟤 사고 치려고 하면…….”
명현이 중원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그리고 살짝 웃는다.
“제가 막을게요.”
“네가?”
불독의 표정이 영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이다.
명현은 잠깐 생각한다.
“……노력은 해볼게요.”
“그게 더 불안하다.”
같은 시각.
서울 외곽의 한 군 시설.
건물 외벽에는 아무런 표식도 없다.
지하 작전실 안.
여섯 명의 남녀가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검은 전술복.
통신장비.
방탄조끼.
모두 군인처럼 보이지만 계급장은 없다.
작전실 문이 열린다.
한 남자가 들어온다.
40대 초반.
짧은 머리.
단단한 체격.
어제 불독의 회의실에 들어왔던 남자다.
대원들이 일제히 그를 바라본다.
“브리핑한다.”
화면에 박정호의 얼굴이 나타난다.
“목표 박정호. 국가생물위협대응연구원 선임연구원.”
다음 화면.
폐쇄된 냉동물류창고.
“마지막 이동경로 분석 결과 이곳에 머물렀을 가능성이 확인됐다.”
여성 대원이 묻는다.
“생존 가능성은요?”
“모른다.”
“적대세력?”
남자가 잠시 침묵한다.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다른 대원이 손을 든다.
“국내 조직입니까?”
“확인되지 않았다.”
화면이 바뀐다.
어제 박정호의 아파트 앞에서 촬영된 사진.
중원과 명현의 모습이다.
그러나 얼굴 일부가 흐릿하다.
“그리고 우리 말고도 박정호를 찾는 팀이 있다.”
대원들의 시선이 화면으로 향한다.
“어디 소속입니까?”
남자가 고개를 젓는다.
“불명.”
“국내입니까?”
“그것도 모른다.”
한 대원이 황당한 표정을 짓는다.
“국내에서 우리한테 신원도 안 뜨는 팀이 있다고요?”
남자는 대답하지 않는다.
자신도 그게 마음에 걸린다.
어제 불독은 분명히 말했다.
접촉하지 말 것.
서로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
하지만 현장에서 마주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남자가 화면을 끈다.
“우리가 할 일은 하나다.”
대원들이 그를 바라본다.
“박정호를 먼저 확보한다.”
“예.”
남자가 장비를 집어 든다.
그의 이름은 강태성.
국가 특수정보작전팀 팀장.
코드명.
HAWK.
정보계에서 잔뼈가 굵은 현장 지휘관이다.
그리고 아직은 모른다.
오늘 자신이 만나게 될 남자가 누구인지.

서울 도심.
검은 세단이 도로를 달린다.
명현이 운전대를 잡고 있다.
중원은 조수석에서 박정호의 과거 자료를 보고 있다.
화면을 넘기던 손이 문득 멈춘다.
박정호의 사진.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
아니다.
본 적은 없다.
그런데 이름이 이상하게 익숙하다.
중원이 미간을 좁힌다.
“박정호…….”
명현이 힐끗 본다.
“왜요?”
중원은 대답하지 않는다.
기억 하나가 아주 천천히 올라온다.
몇 년 전.
누나의 집.
저녁 식탁.
누나가 숟가락으로 국을 떠먹으며 무심코 말을 꺼낸다.
“우리 연구원에 좀 이상한 사람 있어.”
중원이 TV를 보며 묻는다.
“어떻게 이상한데?”
“겁이 엄청 많아.”
“그게 왜 이상해.”
“근데 이상하게 중요한 순간에는 제일 용감해.”
중원이 누나를 바라본다.
“뭔 소리야.”
누나가 웃는다.
“그러니까 이상하지.”
매형이 옆에서 끼어든다.
“박 박사 얘기하는 거지?”
“응.”
“그 사람 원래 그래.”
중원이 다시 TV로 시선을 돌린다.
“별 희한한 사람이 다 있네.”
누나가 웃는다.
“그래도 믿을 만한 사람이야.”

현재.
중원의 눈빛이 달라진다.
“차 세워.”
명현이 놀라 중원을 바라본다.
“왜요?”
“잠깐 세워.”
차가 도로 가장자리에 멈춘다.
중원이 휴대전화를 꺼내 불독에게 전화를 건다.
“박정호 연구원 근무기간 확인해줘.”
― 갑자기?
“빨리.”
키보드 소리가 들린다.
잠시 후.
― 11년.
중원이 다시 묻는다.
“우리 누나랑 같은 팀에 있었던 기간.”
― 잠깐.
몇 초.
― 7년.
중원이 눈을 감는다.
맞다.
누나가 말했던 사람.
“팀장님.”
― 왜.
“누나가 박정호를 알고 있었어요.”
― 같은 프로젝트였으니까 당연하지.
“그런 뜻이 아니라.”
중원이 천천히 말을 잇는다.
“누나가 그 사람을 믿었어요.”
불독이 조용해진다.
중원의 머릿속에서 여러 조각이 맞춰진다.
외부 이전을 반대한 세 명.
누나.
매형.
박정호.
그리고 사고 이틀 전 사라진 박정호.
중원이 묻는다.
“에이돌론 관련 원본 데이터.”
― 왜.
“누가 관리했습니까?”
잠깐의 침묵.
― 박정호.
중원의 눈이 떠진다.
명현도 그 말을 듣는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친다.
중원이 전화를 끊는다.
명현이 먼저 입을 연다.
“설마.”
중원이 고개를 끄덕인다.
“박정호가 가지고 나온 게 연구자료라면.”
“아레스가 찾는 이유도 설명돼요.”
“그래.”
명현의 표정이 굳는다.
“그럼 선배 누나하고 매형도…….”
중원의 시선이 정면으로 향한다.
목소리가 낮아진다.
“그걸 넘기지 않으려고 했던 거겠지.”
차 안이 조용해진다.
명현은 더 묻지 않는다.
잠시 후 다시 차를 출발시킨다.
중원은 창밖을 바라본다.
누나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위험한 일을 하고 있다는 걸.
그런데 말하지 않았다.
중원 역시 자신의 일을 누나에게 말하지 않았다.
서로를 지키기 위해.
서로 아무것도 모르는 척했다.
그리고 그 결과.
중원은 너무 늦게 알았다.
같은 시각.
ARES GLOBAL KOREA.
고층 건물의 한 사무실.
한 남자가 통유리 너머 서울을 내려다본다.
뒤쪽 모니터에는 폐쇄된 냉동창고 사진이 떠 있다.
부하 직원이 보고한다.
“박정호의 마지막 동선을 확인했습니다.”
“위치는.”
“금천구 외곽의 폐쇄 물류시설입니다.”
남자가 천천히 돌아선다.
“우리 건물인가?”
“차명법인 소유입니다.”
“박정호가 그걸 어떻게 알았지?”
부하는 대답하지 못한다.
남자의 표정이 굳는다.
“누군가 알려줬군.”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팀 보내.”
“이미 출발했습니다.”
남자가 다시 창밖을 바라본다.
“국가기관은?”
“두 팀이 움직이는 것으로 보입니다.”
남자가 돌아본다.
“두 팀?”
“하나는 확인됐습니다. 국가 소속 특수정보팀으로 추정됩니다.”
“다른 하나는?”
부하가 태블릿을 내민다.
중원의 사진이다.
“이 남자입니다.”
“어제 그놈?”
“예.”
“신원은.”
“확인되지 않습니다.”
남자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인다.
“국내에서?”
“모든 일반 정보망에는 기록이 있습니다. 평범한 IT 보안회사 직원으로 나옵니다.”
“그럼 확인됐잖아.”
부하가 고개를 젓는다.
“그게 이상합니다.”
다른 화면이 열린다.
보안망 조회 결과.
ACCESS DENIED.
“조금 더 들어가면 전부 막힙니다.”
“정보기관?”
“어느 기관에서도 소속 확인이 안 됩니다.”
남자는 잠시 중원의 얼굴을 바라본다.
“이름.”
“이중원.”
남자가 그 이름을 천천히 되뇐다.
“이중원…….”
“어떻게 할까요?”
남자의 시선이 다시 모니터로 향한다.
“박정호가 먼저다.”
잠시 후.
한마디를 덧붙인다.
“그리고 저 남자.”
“예.”
“죽이지 마.”
부하가 의아한 표정을 보인다.
남자가 중원의 얼굴을 바라본다.
“누군지 알아야겠다.”
오후 2시 37분.
폐쇄된 냉동물류창고.
중원과 명현이 차에서 내린다.
오래된 철제 건물이다.
간판은 반쯤 떨어져 있고 창문 몇 개는 깨져 있다.
주변에는 사람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명현이 건물을 바라본다.
“기분 나쁜데요.”
중원이 문 쪽으로 걸어간다.
“무서워?”
명현이 중원의 뒤를 따른다.
“누가요?”
“너.”
“제가 왜요.”
“옛날에 폐건물 싫어했잖아.”
명현이 잠시 중원을 바라본다.
“그걸 기억해요?”
중원이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대답한다.
“기억하지.”
명현의 표정이 조금 부드러워진다.
“쓸데없는 건 잘 기억하네요.”
중원이 뒤를 돌아본다.
“쓸데없어?”
명현이 살짝 웃는다.
“빨리 가요.”
“말 돌리네.”
“작전 중입니다, 제로.”
중원의 입가에도 웃음이 번진다.
“알겠습니다, 뮤즈.”
둘은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창고 내부는 어둡다.
중원이 손전등을 켠다.
낡은 철제 선반.
깨진 플라스틱 상자.
바닥에는 먼지가 두껍게 쌓여 있다.
명현이 몸을 낮춘다.
“여기.”
먼지 위에 발자국이 있다.
중원이 확인한다.
“하나는 아니네.”
“최소 세 명.”
“언제?”
명현이 손가락으로 흔적을 살핀다.
“최근이에요.”
중원이 주변을 바라본다.
박정호 혼자 있었던 게 아니다.
두 사람은 더 안쪽으로 들어간다.
오래된 냉동실 문 하나가 열린 채 남아 있다.
중원이 손을 들어 보인다.
명현이 바로 멈춘다.
중원의 시선이 바닥으로 향한다.
검붉은 흔적.
피다.
명현의 표정이 굳는다.
중원이 몸을 낮춘다.
손가락으로 가장자리를 확인한다.
“완전히 안 말랐어.”
“박정호일까요?”
“몰라.”
그때.
덜컹.
창고 반대편에서 작은 소리가 들린다.
두 사람의 표정이 동시에 달라진다.
명현의 손이 허리춤으로 향한다.
중원이 손짓한다.
왼쪽.
명현이 조용히 움직인다.
중원은 오른쪽 통로로 들어선다.
또다시 소리.
이번에는 더 가깝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그림자가 스친다.
중원이 멈춘다.
“나와.”
대답이 없다.
“두 번 말 안 한다.”
그 순간.
반대편에서 강한 불빛이 켜진다.
“움직이지 마!”
명현이 즉시 몸을 돌린다.
중원도 상대를 향한다.
어둠 속에서 여러 명의 실루엣이 모습을 드러낸다.
검은 전술복.
훈련된 움직임.
총구는 정확히 중원과 명현을 향하고 있다.
중원의 눈빛이 가늘어진다.
아레스?
아니다.
움직임이 다르다.
앞쪽에 있던 남자가 한 걸음 나온다.
강태성.
HAWK.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모른다.
태성이 낮게 명령한다.
“무기 내려.”
중원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쪽부터.”
태성의 표정이 굳는다.
“소속 밝혀.”
“당신부터.”
“마지막 경고다.”
중원이 상대 대원들을 천천히 훑어본다.
사격 자세.
대형.
통신장비.
장비 수준.
중원의 눈빛이 미세하게 변한다.
이놈들.
민간은 아니다.
태성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눈앞의 두 사람도 평범한 놈들이 아니다.
특히 남자.
총구가 여러 개 자신을 향하고 있는데 눈 하나 깜빡이지 않는다.
태성이 다시 묻는다.
“누구냐.”
중원이 대답하려는 순간.
명현이 아주 작게 부른다.
“제로.”
태성의 시선이 잠깐 중원에게 머문다.
제로.
처음 듣는 코드명이었다.

하지만 생각을 이어갈 틈이 없다.
중원의 눈이 갑자기 위쪽을 향한다.
“엎드려!”
탕―!
총성이 창고를 뒤흔든다.
태성 옆에 있던 대원의 방탄조끼에서 불꽃이 튄다.
동시에 창고 위쪽 난간에서 여러 발의 총성이 쏟아진다.
탕! 탕! 탕!
“엄폐!”
태성이 소리친다.
중원이 명현의 팔을 잡아 철제 구조물 뒤로 끌어당긴다.
HAWK의 팀도 양쪽으로 흩어진다.
조금 전까지 서로 총을 겨누던 두 팀이 동시에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
2층 난간.
검은 복면을 쓴 사람들이 움직인다.
명현이 중원을 바라본다.
“아레스?”
중원의 시선이 위쪽에 고정된다.
“아마도.”
반대편에서 태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당신들, 여기 들어올 때 미행 확인했나?”
중원이 어이가 없다는 듯 그쪽을 바라본다.
“우리부터 의심하는 겁니까?”
“우리 쪽 동선은 통제됐다.”
중원의 입가에 헛웃음이 번진다.
“저 인간 마음에 안 드네.”
명현이 이 상황에서도 피식 웃는다.
“저도요.”
다시 총성이 들린다.
두 사람이 동시에 몸을 낮춘다.
중원이 주변을 살핀다.
그리고 바닥에 남아 있는 핏자국을 본다.
핏자국은 냉동실 쪽이 아니다.
창고 더 깊은 곳으로 이어진다.
누군가 살아서 움직였다.
중원의 눈빛이 달라진다.
“뮤즈.”
“네.”
“박정호 여기 있었어.”
명현도 핏자국을 발견한다.
그 순간.
2층 난간 뒤에 있던 아레스 요원 한 명이 무전기를 누른다.
“목표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어폰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 다른 놈들은?
요원이 아래를 내려다본다.
HAWK의 팀.
그리고 반대편에 있는 중원과 명현.
그의 시선이 중원에게 멈춘다.
“예상하지 못한 팀이 하나 더 있습니다.”
― 제거해.
남자의 손가락이 방아쇠에 걸린다.
잠시 망설인다.
“전부 말입니까?”
짧은 침묵.
그리고.
― 전부.
남자가 총구를 들어 올린다.
아래쪽.
중원 역시 천천히 고개를 든다.
두 사람의 시선이 어둠 속에서 마주친다.
중원의 표정이 차갑게 변한다.
“온다.”
명현이 자세를 낮춘다.
반대편에서 HAWK도 대원들에게 손짓한다.
아직 서로가 누구인지 모른다.
같은 나라의 같은 목표를 쫓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분명하다.
적은 위에 있다.
그리고.
창고 가장 깊은 곳.
빛이 닿지 않는 작은 공간에서 누군가 거친 숨을 몰아쉰다.
한 손으로 옆구리를 누르고 있다.
손가락 사이로 피가 흐른다.
그의 옆에는 검은색 하드케이스가 놓여 있다.
남자가 멀리서 들려오는 총성을 듣는다.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늦었어.”
어둠 속으로 얼굴이 조금 드러난다.
박정호.
그는 아직 살아 있다.

멀리서 다시 총성이 터진다.
탕―!
박정호가 눈을 감았다가 힘겹게 뜬다.
그리고 피 묻은 손으로 검은 하드케이스의 손잡이를 움켜쥔다.
제7화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