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춘 9화 | 숨 고르기

휴대전화 화면에 명현의 메시지가 떠 있다.

[그리고 선배를 찾고 있어요.]

중원은 한동안 화면을 바라본다.

소파 한쪽에는 진이가 담요를 덮은 채 잠들어 있고, 그 옆에는 환이가 몸을 반쯤 기대고 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두 아이가 떠드는 소리로 거실이 시끄러웠다.

지금은 조용하다.

아이들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다.

중원의 손가락이 휴대전화 화면 위에서 멈춘다.

명현에게 전화를 걸려는 순간.

전화가 먼저 들어온다.

불독이다.

“예.”

― 메시지 봤지?

“봤어요.”

― 박정호 정신 돌아왔다.

중원의 시선이 진이에게 향한다.

“지금 갈까요?”

수화기 너머가 잠시 조용하다.

― 아니.

중원의 눈이 가늘어진다.

“왜요?”

― 오래 못 버텼어. 몇 마디 하다가 다시 상태가 떨어졌어. 의사가 안정부터 시키라고 한다.

“생명에는 지장 없습니까?”

― 없어.

중원이 짧게 숨을 내쉰다.

― 며칠은 움직이지 마.

“…….”

― 중원아.

“왜요.”

― 애들 옆에 있어.

중원은 대답하지 않는다.

불독도 더 말하지 않는다.

전화가 끊긴다.

중원이 휴대전화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다.

그때 환이가 잠결에 몸을 움직인다.

작은 손이 중원의 옷자락을 잡는다.

“삼춘…….”

중원이 환이를 내려다본다.

“왜.”

환이의 눈은 여전히 감겨 있다.

“내일도 가?”

“어딜.”

“회사.”

잠꼬대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중원은 환이의 손을 천천히 떼어 담요 안으로 넣어준다.

“내일은 안 가.”

잠시 생각한다.

“삼춘도 쉰다.”

환이는 대답하지 않는다.

대신 얼굴에서 힘이 조금 빠진다.

중원은 그런 환이를 한동안 바라본다.

다음 날 아침.

고소한 냄새가 집 안에 퍼진다.

진이가 방문을 열고 나온다.

식탁 위에는 햄치즈 토스트와 구운 소시지, 과일이 놓여 있다.

중원은 주방에서 마지막 토스트를 접시에 옮긴다.

진이가 식탁을 내려다본다.

“삼춘이 했어?”

“그럼 누가 했겠냐.”

“이모가 해놓고 간 줄 알았지.”

“내가 이 정도도 못 할 것 같아?”

진이가 의자에 앉으며 토스트를 집어 든다.

한입 먹는다.

잠시 씹는다.

중원이 진이를 본다.

“왜.”

“아니.”

“맛없어?”

“맛있어서.”

중원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그럼 됐네.”

그때 환이가 머리를 헝클어뜨린 채 방에서 나온다.

식탁을 보는 순간 눈이 커진다.

“소시지!”

의자로 달려온다.

진이가 바로 손으로 막는다.

“씻고 와.”

“하나만 먹고.”

“안 돼.”

환이가 중원을 본다.

“삼춘.”

중원도 고개를 젓는다.

“씻고 와.”

환이가 두 사람을 번갈아 본다.

“둘이 언제 같은 편 됐어?”

중원이 웃는다.

“빨리 가.”

환이가 투덜거리며 욕실로 들어간다.

진이가 토스트를 한입 더 먹는다.

“삼춘.”

“응.”

“오늘 진짜 안 가?”

중원의 손이 잠시 멈춘다.

어젯밤 환이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내일도 가?

그 말은 잠꼬대처럼 들렸지만, 사실 잠꼬대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부모를 잃었다.

그리고 며칠 사이 자신마저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아졌다.

중원이 진이를 본다.

“안 가.”

“진짜?”

“오늘은 너희랑 있을 거야.”

진이는 별것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표정은 조금 밝아진다.

그때 초인종이 울린다.

진이가 현관으로 향한다.

문을 연다.

그리고 눈을 크게 뜬다.

명현이 서 있다.

평소 현장에서 보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편한 옷차림.

한 손에는 작은 케이크 상자.

다른 손에는 뭔가가 잔뜩 든 가방이 들려 있다.

“안녕.”

진이가 명현을 알아보고 웃는다.

“이모.”

중원이 뒤늦게 현관으로 나온다.

명현을 보자마자 묻는다.

“너 여기 왜 왔어?”

명현의 표정이 굳는다.

“사람이 쉬는 날 찾아왔는데 첫마디가 그거예요?”

“아니, 그러니까 왜…….”

명현이 진이에게 말한다.

“진아. 이모 그냥 갈까?”

“안 돼요.”

진이가 바로 명현의 팔을 잡는다.

그리고 중원을 본다.

“삼춘은 가만히 있어.”

중원의 입이 다물어진다.

명현이 만족스럽게 웃는다.

“역시 진이가 말이 통하네.”

그때 환이가 나온다.

“누구야?”

진이가 대답한다.

“삼춘 회사 사람.”

환이가 명현을 쳐다본다.

“여자친구?”

“아니야.”

중원의 대답이 바로 튀어나온다.

명현이 천천히 중원을 바라본다.

“대답 진짜 빠르네요.”

중원이 헛기침한다.

“아니니까.”

환이가 명현에게 묻는다.

“그럼 이모가 삼춘 좋아해요?”

이번에는 아무도 바로 대답하지 않는다.

진이가 환이의 머리를 한 대 친다.

“너는 그런 걸 왜 물어봐.”

“궁금하잖아.”

명현이 웃는다.

“비밀.”

환이의 눈이 커진다.

“그럼 맞네.”

“야.”

중원의 목소리가 커진다.

아이들이 동시에 웃는다.

소설 삼춘 9화 중원과 진이 환이의 아침 식탁에 편한 옷차림의 뮤즈 명현이 찾아온 장면
작전이 멈춘 아침. 현장의 ZERO와 MUSE도 이 순간만큼은 평범한 삼춘과 손님이다.
잠시 후.
거실 바닥에 명현이 가져온 가방의 내용물이 하나둘 펼쳐진다.

보드게임.

작은 드론.

미니 농구 골대.

그리고 봉투 하나.

환이가 봉투를 집어 든다.

“이게 뭐야?”

명현이 웃는다.

“오늘 일정.”

중원이 봉투를 빼앗아 연다.

실내 스포츠 테마파크 이용권이 들어 있다.

볼링.

농구.

게임존.

실내 클라이밍.

여러 시설을 하루 동안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이다.

중원이 명현을 본다.

“이걸 왜 샀어.”

“애들 며칠 동안 집에만 있었잖아요.”

명현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진다.

“계속 사건 얘기 듣고, 어른들 표정 보고.”

중원이 아무 말 없이 명현을 본다.

명현이 진이와 환이를 바라본다.

“하루 정도는 그냥 놀아도 되잖아요.”

중원의 시선이 아이들에게 향한다.

환이는 이미 티켓을 들고 흥분해 있다.

진이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표정이 밝다.

중원이 다시 명현을 본다.

“네가 생각한 거야?”

“그럼 누가 생각했겠어요.”

“불독?”

“선배.”

명현이 정색한다.

“이런 것까지 불독 선배가 시키겠어요?”

중원이 피식 웃는다.

“알았어.”

환이가 두 손을 든다.

“가자!”

진이가 동생을 본다.

“너 아직 밥도 안 먹었어.”

환이가 바로 식탁으로 뛰어간다.

“먹으면 되잖아.”

명현이 웃는다.

중원도 아이들을 바라보며 작게 웃는다.

오후.

실내 스포츠 테마파크는 주말답게 사람들로 붐빈다.

환이는 들어가자마자 어디부터 갈지 정신을 못 차린다.

“농구 먼저!”

진이가 말한다.

“아까 볼링부터 한다며.”

“그건 아까고.”

“5분 전에 아까냐?”

두 아이가 티격태격한다.

명현은 그 모습을 보며 웃는다.

중원은 한발 뒤에서 세 사람을 바라본다.

명현이 돌아본다.

“왜 안 와요?”

“간다.”

“또 혼자 작전회의 해요?”

“뭔 작전회의.”

“표정이 딱 그런데.”

중원이 고개를 젓는다.

첫 번째는 농구 슈팅 게임이다.

환이가 자신 있게 나선다.

“내가 이겨.”

진이가 코웃음을 친다.

“누구를?”

“전부.”

환이의 결과는 나쁘지 않다.

진이가 그보다 조금 높다.

중원이 두 아이를 가볍게 이긴다.

환이의 얼굴이 굳는다.

“삼춘 치사해.”

“뭐가 치사해.”

“어른이잖아.”

“게임에 어른 애가 어디 있어.”

명현이 공 하나를 집는다.

중원이 명현을 쳐다본다.

“너는 하지 마.”

“왜요?”

“적당히 못 하잖아.”

명현의 눈썹이 올라간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요.”

게임이 시작된다.

첫 번째.

들어간다.

두 번째.

들어간다.

세 번째.

또 들어간다.

환이가 입을 벌린다.

“와.”

진이도 명현을 바라본다.

명현의 손은 쉬지 않는다.

공이 올라가고.

떨어지고.

다시 들어간다.

종료음이 울린다.

점수가 화면에 뜬다.

중원의 점수보다 훨씬 높다.

환이가 소리친다.

“이모 대박!”

명현이 어깨를 으쓱한다.

“운이 좋았어.”

중원이 말한다.

“운은 무슨.”

명현이 중원에게 아주 작게 말한다.

“적당히 했어요.”

중원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환이가 둘 사이로 고개를 들이민다.

“둘이 뭐라고 해?”

“아무것도 아니야.”

중원과 명현의 대답이 동시에 나온다.

진이가 두 사람을 바라본다.

입가에 묘한 웃음이 걸린다.

소설 삼춘 9화 실내 스포츠 공간에서 뮤즈 명현과 중원 진이 환이가 농구 게임을 즐기는 장면
평범하게 놀러 나온 하루지만 뮤즈의 실력은 평범하지 않다.

다음은 볼링이다.

환이가 두 번 연속 거터를 친다.

진이는 웃느라 공을 놓칠 뻔한다.

명현이 자세를 알려준다.

중원은 뒤에서 그 모습을 바라본다.

명현이 환이의 어깨를 잡아 방향을 맞춰준다.

진이에게도 차근차근 설명한다.

어색함이 없다.

아이들도 명현을 어려워하지 않는다.

소설 삼춘 9화 볼링장에서 명현이 환이에게 공을 잡는 방법을 알려주고 중원과 진이가 지켜보는 장면
중원에게는 낯선 평범함. 하지만 아이들과 명현에게는 조금씩 자연스러운 시간이 되어간다.

그 장면을 보는데.

문득 오래전 기억 하나가 스친다.

누나가 살아 있었을 때였다.

명절이면 누나는 항상 중원에게 말했다.

“너도 빨리 장가가.”

중원은 그때마다 귀찮다는 듯 대답했다.

“됐어. 혼자가 편해.”

누나는 웃으며 말했다.

“너 나중에 외롭다.”

당시에는 흘려들었다.

그 말이 다시 떠오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중원은 잠시 명현을 바라본다.

“선배.”

명현의 목소리에 중원이 정신을 차린다.

“왜.”

“차례예요.”

“어.”

“무슨 생각했어요?”

“아무것도.”

명현이 웃는다.

“또 아무것도.”

중원은 공을 집어 든다.

“게임이나 해.”

그때.
중원의 주머니에서 짧은 진동이 울린다.

화면에 불독의 이름이 뜬다.

중원은 아이들을 한번 보고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동한다.

“예.”

― 잘 놀고 있냐?

중원이 뒤를 돌아본다.

명현이 환이에게 볼링 자세를 알려주고 있다.

“누가 얘기했습니까?”

― 뮤즈가.

“언제요?”

― 아침에.

중원의 눈이 명현에게 향한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네요.”

― 뭘?

“제가 오늘 움직이지 않는 거.”

불독이 대답하지 않는다.

그 침묵만으로 충분하다.

중원이 화제를 바꾼다.

“박정호는요?”

― 상태 안정됐어.

“말은 합니까?”

― 조금씩.

“하드케이스 물어봤습니까?”

― 물어봤지.

중원의 표정이 진지해진다.

“뭐라고 합니까?”

― 내가 비어 있었다고 말했거든.

“그래서요?”

잠깐의 침묵.

― 웃더라.

중원의 미간이 좁아진다.

“웃었다고요?”

― 그래.

“왜요?”

― 그걸 말을 안 해.

“안 하는 겁니까, 못 하는 겁니까?”

― 모르지.

불독의 목소리가 낮아진다.

― 하나 확실한 건 있어.

“뭡니까?”

― 케이스가 비어 있다는 말을 듣고 놀라지 않았어.

중원의 표정이 굳는다.

빈 하드케이스.

뜯겨나간 저장장치 슬롯.

박정호의 웃음.

우연은 아니다.

적어도 박정호는 뭔가 알고 있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제가 들어가겠습니다.”

― 안 돼.

“불독.”

― 며칠 쉬어.

“지금 그럴 때가—”

― 중원아.

불독의 목소리가 단단해진다.

― 박정호 안 죽어.

“…….”

― 며칠 늦게 얘기 듣는다고 세상 안 무너져.

중원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 네가 지금 해야 할 일 해.

전화가 끊긴다.

중원은 한동안 휴대전화 화면을 바라본다.

뒤에서 환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삼춘!”

중원이 돌아본다.

환이가 두 손을 흔든다.

“빨리 와!”

중원이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는다.

“간다.”

같은 시각.
국가 특수정보작전팀 작전실.

강태성은 혼자 책상 앞에 앉아 있다.

모니터에는 전날 창고 작전 보고서가 떠 있다.

박정호.

ARES.

회수된 하드케이스.

그리고.

이중원.

태성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멈춘다.

어제 창고에서 중원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대한민국에서 자신이 투입되는 작전은 소속과 관계없이 현장 지휘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말.

처음에는 허세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작전이 끝난 뒤 상부에 신원 확인을 요청했을 때 돌아온 답은 예상과 달랐다.

확인 불가.

그것도 정보가 없어서가 아니었다.

자신에게 권한이 없어서였다.

태성이 다시 이름을 입력한다.

이중원.

일반 신원 정보가 나타난다.

NEXUS SYSTEMS.

IT 보안 관련 직원.

평범하다.

오히려 너무 평범하다.

태성이 한 단계 더 들어간다.

화면이 즉시 바뀐다.

ACCESS DENIED.

소설 삼춘 9화 HAWK 강태성이 작전실에서 이중원의 신원을 조회하지만 접근 거부되는 장면
평범한 회사원 이중원. 하지만 HAWK의 권한으로도 그 뒤에 있는 기록에는 접근할 수 없다.

태성이 의자에 등을 기댄다.

“도대체 뭐 하는 새끼야.”

어제까지만 해도 짜증이 먼저 났다.

자신의 작전에 끼어든 정체불명의 새끼.

자신의 팀에 명령하려는 놈.

하지만 한 가지는 인정해야 했다.

박정호 위치를 먼저 판단한 건 중원이었다.

반대로 뮤즈 쪽으로 들어오던 사각의 위협을 발견한 건 자신이었다.

둘 중 어느 한쪽만 움직였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

태성이 작전보고서의 현장 지휘 항목을 바라본다.

커서가 깜빡인다.

한참을 바라보다.

그는 아무것도 입력하지 않은 채 창을 닫는다.

저녁.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

뒷좌석에서는 환이가 잠들어 있다.

진이도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고 있다.

운전은 중원이 한다.

명현은 조수석에 앉아 있다.

차 안에는 잔잔한 음악만 흐른다.

명현이 뒷좌석을 한번 돌아본다.

“둘 다 완전히 뻗었네요.”

“누가 그렇게 돌아다니래.”

“선배도 재밌었잖아요.”

“내가?”

“네.”

“아닌데.”

“계속 웃던데.”

중원이 앞을 보며 피식 웃는다.

“운전이나 방해하지 마.”

명현이 창밖을 바라본다.

잠시 침묵이 흐른다.

“선배.”

“응.”

“진이랑 환이…… 괜찮아질 거예요.”

중원의 표정이 조금 달라진다.

“알아.”

“진짜 알아요?”

“뭘.”

명현이 중원을 바라본다.

“애들이 선배 엄청 의지하는 거.”

중원은 대답하지 않는다.

명현의 목소리가 조금 부드러워진다.

“선배가 집에 들어오는지 안 들어오는지 계속 신경 쓰고 있어요.”

중원의 손이 핸들을 조금 세게 잡는다.

“그래서 오늘 온 거야?”

“뭐가요?”

“애들 데리고 놀러 가자고.”

명현이 잠시 생각한다.

“반은요.”

“나머지 반은?”

명현이 웃는다.

“비밀.”

중원이 고개를 젓는다.

집에 도착한다.

중원은 잠든 환이를 안아 든다.

명현은 진이를 깨우려다 잠시 멈춘다.

진이가 먼저 눈을 뜬다.

“도착했어요?”

“응.”

진이가 안전벨트를 푼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진이가 명현 옆으로 다가선다.

중원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잠든 환이를 안고 서 있다.

진이가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이모.”

“응?”

“아까 대답 안 했잖아요.”

명현이 눈을 깜빡인다.

“뭐를?”

“삼춘 좋아하냐고.”

명현의 시선이 중원에게 향한다.

중원은 듣지 못한 듯 환이의 자세를 고쳐 안는다.

명현이 진이에게 가까이 몸을 숙인다.

“진짜 궁금해?”

진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명현의 입가에 작은 웃음이 번진다.

“비밀로 해줄 수 있어?”

진이의 눈이 커진다.

잠깐의 침묵.

그리고 진이도 웃는다.

“알았어요.”

소설 삼춘 9화 엘리베이터 앞에서 중원이 잠든 환이를 안고 있고 진이와 뮤즈 명현이 비밀스럽게 대화하는 장면
환이는 중원의 품에서 잠들고, 진이와 명현 사이에는 중원이 모르는 작은 비밀 하나가 생긴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중원이 두 사람을 본다.

“뭐 해?”

진이와 명현이 동시에 대답한다.

“비밀.”

중원이 황당한 표정을 짓는다.

잠시 후.
중원의 집.

환이는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다시 깊이 잠든다.

진이도 씻고 나오더니 소파 한쪽에 몸을 기대고 앉는다.

명현은 돌아가기 전 잠시 거실에 머문다.

중원이 물을 가져와 테이블 위에 놓는다.

하루 종일 시끄러웠던 집 안이 이제야 조금 조용해진다.

중원이 휴대전화를 확인한다.

새로운 메시지는 없다.

하지만 시선은 자연스럽게 박정호와 관련된 연락 내역에서 멈춘다.

명현이 그런 중원을 바라본다.

“또 사건 생각하죠?”

“아니.”

“표정이 그런데.”

“너 오늘 그 말 몇 번째냐.”

진이가 소파에서 웃는다.

“삼춘은 거짓말할 때 티 나.”

중원이 진이를 본다.

“너까지 왜 그래.”

소설 삼춘 9화 평범한 하루를 보낸 뒤 집에서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중원과 그를 바라보는 명현 진이 환이의 장면
잠시 평범한 하루를 보냈지만 사건은 중원의 머릿속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잠시 후.

명현이 현관에서 신발을 신는다.

“갈게요.”

“어.”

명현이 신발을 신다가 다시 중원을 본다.

“선배.”

“왜.”

“오늘은 좀 사람 같았어요.”

중원이 눈을 가늘게 뜬다.

“평소에는 뭔데?”

명현이 웃는다.

“ZERO.”

“ZERO도 사람이다.”

“오늘하고는 많이 다르죠.”

“뭐가.”

명현이 잠시 생각한다.

“오늘은 그냥 삼춘 같았어요.”

중원의 표정이 조금 풀린다.

“원래 삼춘인데.”

“그러네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명현이 안으로 들어간다.

“조심해서 가.”

“네.”

문이 닫히려는 순간.

명현이 다시 중원을 본다.

“선배.”

“또 왜.”

“오늘 좋았어요.”

중원이 대답하기도 전에 문이 닫힌다.

중원은 닫힌 문을 잠시 바라본다.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때.

휴대전화가 울린다.

불독이다.

중원의 얼굴에서 웃음이 조금씩 사라진다.

“예.”

― 지금 올 수 있냐?

“박정호입니까?”

― 그래.

“며칠 쉬라면서요.”

― 상황이 바뀌었어.

중원의 손이 현관문 손잡이 위에서 멈춘다.

“무슨 일인데요.”

불독의 목소리가 낮아진다.

― 박정호가 너한테만 말하겠단다.

“뭘요.”

잠깐의 침묵.

그리고.

― 네 누나가 남긴 게 있대.

중원의 표정에서 조금 전까지 남아 있던 웃음이 완전히 사라진다.

시선이 아이들 방문으로 향한다.

오늘 하루.

그는 ZERO가 아니었다.

진이와 환이의 삼춘이었고.

명현 앞에서는 잠시 평범한 남자였다.

하지만 누나가 남긴 흔적은 그를 다시 사건 한가운데로 부르고 있다.

중원이 천천히 현관문을 연다.

제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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