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춘과 재회

삼춘 2화 | 삼춘과 재회

삼춘
제2화. 삼춘과 재회

중원은 걸음을 재촉했다.

출근하던 방향과는 정반대였다.

길가로 뛰어나간 중원이 손을 들었다.

택시 한 대가 멈춰 섰다.

“어디로 가세요?”

중원이 뒷좌석에 올라탔다.

“강남경찰서요.”

문이 닫혔다.

 

강남경찰서에 도착한 중원은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강력계 이태식 반장을 만나러 왔는데요. 1반이 어디죠?”

안내를 받은 중원은 계단을 거의 뛰다시피 올라갔다.

강력계 1반.

팻말을 확인한 뒤 문을 열었다.

안에 있던 몇몇 형사가 동시에 중원을 바라봤다.

하지만 중원이 찾는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마침 옆을 지나가던 형사를 붙잡았다.

“이태식 반장님 어디 계신가요?”

“반장님요? 저 안쪽에 1팀 회의실 있습니다. 거기 계실 겁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중원은 회의실을 찾아 걸음을 옮겼다.

탈깍.

문이 열리는 소리에 회의실 안의 시선이 한꺼번에 그를 향했다.

그 순간.

의자에 앉아 있던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중원을 알아봤다.

두 아이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중원을 향해 달려왔다.

“삼……춘.”

소설 삼춘 2화 강남경찰서에서 진이와 환이가 삼촌 중원에게 안기는 장면
“삼……춘.” 그 한마디와 함께 중원의 평범했던 일상은 끝나기 시작했다.

중원은 아무 말 없이 두 아이를 안았다.

아이들의 몸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중원은 한참을 그대로 있다가 짤막하게 말했다.

“많이 컸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중원 씨 되시나요?”

중원이 고개를 들었다.

“네.”

“이태식입니다. 잠시 저쪽에서 이야기 좀 하시죠.”

두 사람은 회의실 한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반장은 준비해둔 서류를 중원에게 보여주며 한동안 설명을 이어갔다.

중원은 별다른 말 없이 듣고 있었다.

그러다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물었다.

“그래서 아직 단서도 없고 범인도 모른다는 건가요?”

이태식 반장이 짧게 숨을 내쉬었다.

“수사 중입니다만…… 지금으로서는 살인 사건으로 섣불리 분류하기가 어렵습니다.”

중원의 시선이 반장에게 향했다.

“여러 정황과 현장 감식 결과를 봤을 때 살인의 정황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소설 삼춘 2화 강남경찰서에서 이태식 반장과 사건 자료를 확인하는 이중원

사건 자료를 바라보는 중원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졌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중원이 고개를 숙였다.

“저기…….”

중원이 낮은 목소리로 몇 마디를 건넸다.

이태식의 표정이 달라졌다.

중원의 말을 끝까지 듣고 난 반장은 잠시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짧은 악수가 오갔다.

중원은 다시 아이들에게 돌아갔다.

여자아이 앞에 쪼그리고 앉아 눈을 맞췄다.

중원이 자신의 가슴을 두 번 두드렸다.

“진이.”

이진은 아무 말 없이 중원에게 안겼다.

참고 있던 울음이 다시 터져 나왔다.

중원은 이번에는 조금 떨어져 서 있는 남자아이를 바라봤다.

‘넌 왜 안 오냐?’

말 대신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이환이 그대로 달려왔다.

“삼~춘.”

중원은 두 아이를 함께 끌어안았다.

“배고프지, 우리 꼬맹이들?”

두 아이의 등을 두드렸다.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세 사람이 경찰서를 나섰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태식 반장과 팀원들이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 형사가 입을 열었다.

“반장님. 그럼 이 사건은…….”

앞서 걷던 중원이 잠시 멈췄다.

뒤를 돌아보지는 않았다.

“저희 쪽에서 공문 보내드릴 겁니다.”

소설 삼춘 2화 강남경찰서를 나서는 중원을 형사들이 바라보는 장면

“저희 쪽에서 공문 보내드릴 겁니다.” 중원의 한마디가 형사들에게 또 다른 의문을 남겼다.

그리고 다시 아이들과 걸어갔다.

형사가 황당한 표정으로 이태식을 바라봤다.

“저 사람 누굽니까?”

“…….”

“누군데 우리더러 수사를 중단하라는 겁니까?”

이태식도 멀어지는 중원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나도 오늘 처음 봤는데 그걸 어떻게 알아!!.”

“확실한 건 우리가 처리할 수 있는 사건은 아니라는 거야.”

형사 팀원이 미간을 찌푸렸다.

“뭐 검사예요? 국정원?… 머 그런건가?”

이태식이 한심하다는 듯 쳐다봤다.

“너 형사 된 지 몇 년 됐냐?”

형사가 손가락을 펴보며 숫자를 세었다.

“7년인가…… 8년?”

“베테랑 영화 봤냐?”

“베테랑이요?”

이태식이 몸을 돌렸다.

“들어가서 주부 도박단 사건이나 마무리해.”

“주부 도박단 사건이요?” 그게 뭔…… 

형사가 황급히 뒤를 따라갔다.

 

경찰서를 벗어난 중원이 아이들을 바라봤다.

“뭐 먹고 싶어? 그리고 학교는…….”

진이가 힘없는 목소리로 말을 끊었다.

“삼촌. 우리 어제부터 한숨도 못 잤어.”

아이의 눈 밑이 퀭했다.

“삼춘 너무 졸려.”

환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졸려. 삼춘.”

중원이 아이들을 잠시 바라봤다.

“그래. 일단 집으로 가자.”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네. 오늘 현장일이라고 좀 해주세요.”

상대편에서 곧장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야. 너 현장 안 나간 지 1년이 넘었는데 뭔 현장일이야.”

“1년 전 현장에 뭐 놓고 왔다고 해요. 그거 찾으러 갔다고.”

“야, 그게 말이 되냐?”

중원이 귀찮다는 듯 말했다.

“아…… 몰라, 몰라.”

그리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수화기 너머의 남자는 끊긴 전화를 한동안 바라봤다.

“얘는 진짜 병원 가야 돼.”

혼잣말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얘는 여기를 어떻게 들어온거야? 에라이.. 나도 모르겠다.”

 

중원의 집에 도착하자 언제 힘이 빠졌냐는 듯 아이들의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

“와! 삼촌 집 짱 좋다!”

진이가 집안을 두리번거렸다.

“삼춘 집이 왜 이렇게 깨끗해?”

진이는 금세 집안 구석구석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중원이 피식 웃었다.

“일단 씻어. 너희 냄새나.”

진이는 대답도 하지 않고 주방으로 걸어갔다.

“배고파 삼춘”

다시 세탁실 쪽을 바라봤다.

환이는 거실의 TV 앞에 멈췄다.

“삼촌 TV 되게 크네. 게임기 없어? 나 게임할래.”

중원은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봤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 경찰서 회의실에서 울고 있던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었다.

어쩌면 아이들이어서 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중원은 아이들을 씻긴 후 대충 음식을 챙겨주고는 방에서 재웠다.  

거실 한쪽에서 TV 뉴스가 흘러나왔다.

화면에 익숙한 내용이 방송한다.

중원의 시선이 TV에 고정됐다.

뉴스는 두 사람의 사망 소식을 짤막하게 전달하고 있었다.

사건의 내용도.

발생 과정도.

놀라울 만큼 간단했다.

중원의 표정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저렇게 축소될 일이 아닌데…….”

소설 삼춘 2화 집에서 진이와 환이 부모의 사망 뉴스를 바라보는 중원

짤막하게 끝난 뉴스. 그러나 중원에게 이 사건은 그렇게 단순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소파 깊숙이 몸을 기대며 TV 화면을 바라봤다.

그리고 혀를 찼다.

“쯧쯧.”

화면 속 뉴스는 이미 다음 소식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중원의 시선은 여전히 방금 전 사건 화면이 있던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제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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