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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춘 5화 | 불독

삼춘
삼춘 5화 | 불독

불독은 말없이 중원을 바라본다.

분석실 한가운데에는 검게 타버린 차량이 놓여 있다.

중원은 여전히 그 앞에 서 있다.

누나와 매형이 마지막으로 타고 있었던 차.

그리고 이제는.

누군가 두 사람을 죽이기 위해 손을 댔을 가능성이 있는 차.

분석관들이 하나둘 조용히 자리를 비운다.

보안문이 닫히자 넓은 분석실에는 중원과 불독만 남는다.

불독이 먼저 입을 연다.

“중원아.”

대답이 없다.

“이중원.”

그제야 중원이 고개를 돌린다.

“왜요.”

불독은 한동안 중원의 얼굴을 바라본다.

“너 지금 무슨 생각하냐?”

“찾아야죠.”

“뭘?”

“이렇게 만든 놈.”

중원의 목소리에는 망설임이 없다.

불독이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안 돼.”

중원의 시선이 불독에게 향한다.

“뭐가요?”

“넌 빠져.”

잠깐의 정적.

중원의 입에서 헛웃음이 새어 나온다.

“지금 장난합니까?”

“장난으로 보여?”

“내 누나하고 매형이 죽었습니다.”

“그래서 빼는 거야.”

중원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진다.

불독의 목소리도 낮아진다.

“너 지금 수사하려는 게 아니야.”

“…….”

“복수하려는 거지.”

중원이 불독을 똑바로 바라본다.

“그게 뭐가 다릅니까?”

불독의 표정이 굳는다.

“그걸 구분 못 하는 놈을 내가 현장에 어떻게 내보내.”

소설 삼춘 5화 분석실에서 불독과 중원이 불에 탄 사고 차량을 앞에 두고 대치하는 장면
누나와 매형의 사고가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닐 가능성이 커지자 불독은 오히려 중원을 사건에서 빼려고 한다.

두 사람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불독이 먼저 시선을 돌린다.

“너 아직 복귀 승인도 안 났어.”

“승인해요.”

“내가 네 도장 찍어주는 사람이냐?”

“그럼 누구한테 받아야 됩니까.”

“이 새끼가…….”

불독의 얼굴에 어이없다는 표정이 떠오른다.

중원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팀장님.”

이번에는 코드명이 아니다.

불독의 표정이 조금 달라진다.

중원이 그를 팀장이라고 부르는 것은 오랜만이다.

“이건 내 가족 일만이 아닙니다.”

중원이 불에 탄 차량을 가리킨다.

“우리가 석 달 넘게 보고 있던 에이돌론 건이에요.”

“아직 연결됐다고 확정 못 해.”

“그래서 확인하겠다는 겁니다.”

“네가?”

“예.”

불독이 코웃음을 친다.

“1년 넘게 책상에 앉아 있던 놈이?”

중원의 입가에 피식 웃음이 번진다.

“그래도 팀장님보다는 잘 뛰지 않겠습니까?”

“이 새끼가 진짜.”

불독이 중원의 뒤통수를 한 대 치려다 손을 멈춘다.

중원의 시선이 그 손으로 향한다.

“왜요. 때려요.”

“됐어.”

불독이 손을 내린다.

“또 병원 보내면 내가 시말서 써야 돼.”

중원의 표정이 순간 굳는다.

두 사람 모두 같은 장면을 떠올린다.

1년 전.
해외 작전지역.

비가 쏟아진다.

서울이 아니다.

한국도 아니다.

어둠 속에서 갑자기 총성이 울린다.

탕―!

“엎드려!”

중원의 고함이 빗소리를 가른다.

명현이 고개를 돌린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중원은 생각할 틈도 없이 명현에게 달려든다.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고 그대로 바닥으로 몸을 던진다.

동시에.

탕―!

중원의 몸이 크게 흔들린다.

두 사람의 몸이 젖은 바닥을 함께 구른다.

“선배!”

명현이 몸을 일으키려 한다.

중원이 그녀를 눌러 다시 몸을 낮춘다.

“움직이지 마.”

“선배, 피…….”

중원의 옷 아래로 붉은 피가 번져 나온다.

명현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괜찮아.”

“뭐가 괜찮아요!”

명현의 떨리는 손이 중원의 옷을 붙잡는다.

무전기에서 불독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제로! 뮤즈! 대답해!”

중원이 무전 버튼을 누른다.

“둘 다 살아 있습니다.”

“부상자는?”

중원이 자신의 옆구리를 내려다본다.

“없습니다.”

명현이 어이없다는 얼굴로 중원을 쳐다본다.

“없기는 뭐가 없어요!”

중원이 그녀를 보며 피식 웃는다.

“조용히 해. 들리잖아.”

“선배!”

무전기에서 불독의 고함이 터진다.

“제로! 네가 맞았어?”

중원이 인상을 찌푸린다.

“하여튼 귀는 밝아가지고…….”

“작전 중지해! 둘 다 빠져!”

중원은 벽을 짚고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명현이 황급히 그를 붙잡는다.

“안 돼요.”

“놔.”

“이 상태로 어딜 가요.”

“끝내야지.”

“선배.”

중원이 명현을 바라본다.

겁에 질린 눈이다.

조금 전 자신에게 총알이 날아왔을 때보다 지금의 명현이 더 두려워 보인다.

중원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손을 올린다.

그리고 명현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린다.

“나 안 죽어.”

명현의 눈이 흔들린다.

“그러니까 여기 있어.”

“싫어요.”

“명현아.”

“같이 가요.”

중원이 그녀를 바라본다.

“말 진짜 안 듣네.”

명현의 눈가가 금방이라도 젖을 것처럼 보인다.

“누구한테 배웠는데요.”

중원이 잠깐 멈춘다.

그리고 웃는다.

“나한테 배웠으면 할 말 없네.”

소설 삼춘 5화 과거 해외 작전에서 중원이 뮤즈 명현을 구하다 부상당한 장면
1년 전 해외 작전. 중원은 명현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졌고, 그날은 두 사람의 관계를 바꿔놓았다.

두 사람은 다시 움직인다.

그날 작전은 성공한다.

하지만 모든 것이 끝난 직후 중원은 쓰러진다.

현지 의료시설에서 첫 번째 수술.

한국으로 이송된 뒤 두 번째 수술.

그리고 몇 달 동안 이어진 재활.

국은 결국 중원의 현장 임무를 중지시킨다.

본인은 끝까지 반발하지만 소용없다.

최종 의견을 올린 사람은 불독이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중원을 바라보는 명현의 눈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현재.

중원이 불독을 바라본다.

“그때 일 아직도 미안합니까?”

불독이 코웃음을 친다.

“미안하긴 개뿔.”

“그럼요?”

“그때 널 그냥 기절시켜서 데리고 나왔어야 했다고 생각하지.”

중원이 웃는다.

“그러니까 내가 팀장님 말을 안 듣는 겁니다.”

“자랑이다.”

불독은 중원 옆을 지나 출입문으로 향한다.

“따라와.”

“어디 갑니까?”

“보여줄 게 있어.”

두 사람이 들어간 곳은 작은 보안 회의실이다.

벽 전체를 차지한 대형 모니터.

중앙에는 긴 테이블 하나뿐이다.

불독이 출입문을 잠근다.

그리고 자신의 카드를 단말기에 댄다.

화면이 켜진다.

PROJECT EIDOLON.

중원에게는 익숙한 이름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아래 표시된 보안등급이 다르다.

중원의 표정이 변한다.

“등급 올렸습니까?”

“어제부로.”

“누가요?”

“위.”

중원의 시선이 불독에게 향한다.

국에서 ‘위’라는 표현은 흔히 사용되지 않는다.

불독이 화면을 바라본 채 입을 연다.

“우리 선에서 끝날 일이 아니라는 판단이야.”

“미국 때문입니까?”

“그것도 있고.”

“또?”

불독이 화면을 넘긴다.

여러 장의 사진과 문서가 나타난다.

국가생물위협대응연구원.

개발 참여 연구진.

내부 회의 기록.

외부 업체 접촉 기록.

그리고 해외 기관과 오간 자료들.

중원의 시선이 빠르게 화면을 훑는다.

“CIA 쪽에서도 공식적으로 공동 확인 요청이 들어왔다.”

“공조 요청입니까?”

“아니.”

중원이 불독을 바라본다.

“그럼요?”

“정보 공유 요청.”

중원의 미간이 좁아진다.

불독이 말을 잇는다.

“걔들도 뭔가 냄새를 맡았다는 거지.”

“뭘 알고 있는데요?”

“그걸 안 알려주니까 문제고.”

중원의 입가에 피식 웃음이 번진다.

“CIA답네요.”

“우리도 똑같아.”

“우리는 조금 낫죠.”

“퍽이나.”

소설 삼춘 5화 보안 회의실에서 불독과 중원이 프로젝트 에이돌론 관련 자료를 확인하는 장면
PROJECT EIDOLON. 누나와 매형의 죽음 뒤에는 국과 CIA가 동시에 주시하던 위험한 연구가 놓여 있다.

화면이 다시 바뀐다.

이번에는 연구원들의 사진이다.

불독이 화면을 가리킨다.

“에이돌론 개발에 직접 참여한 핵심 연구원은 일곱 명.”

중원은 화면을 바라본다.

누나의 얼굴.

매형의 얼굴.

그 옆으로 다섯 명의 연구원.

“초기에는 모두 개발에 동의했다.”

“그건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개발이 거의 끝난 다음이야.”

불독이 세 사람의 사진을 확대한다.

누나.

매형.

그리고 처음 보는 남자.

“외부 이전 계획이 나오면서 셋이 반대하기 시작했다.”

중원의 시선이 세 번째 사진에서 멈춘다.

“이 사람 누구입니까?”

“박정호.”

“담당은?”

“선임연구원. 네 매형하고 같은 팀.”

중원이 사진을 확대한다.

마흔 중반 정도의 평범한 남자다.

“나는 처음 보는데.”

“그럴 거야.”

“누나하고 매형 말고도 반대한 사람이 있었다는 겁니까?”

“그래.”

중원이 불독을 바라본다.

“그럼 이 사람도 조사했습니까?”

불독은 대답하지 않는다.

중원의 눈빛이 달라진다.

“왜요?”

“못 했어.”

“왜 못 합니까?”

불독이 화면을 한번 두드린다.

박정호의 인적사항이 나타난다.

그리고.

붉은 글자가 하나 떠오른다.

소재 불명.

중원의 시선이 화면에 고정된다.

“언제부터입니까?”

“네 누나 사고 나기 이틀 전.”

중원의 눈빛이 굳는다.

“출국 기록은요?”

“없어.”

“카드는?”

“정지.”

“휴대폰.”

“꺼져 있고.”

“집은?”

“그대로.”

“가족은요?”

“없어. 혼자 산다.”

중원은 다시 박정호의 사진을 바라본다.

사고 이틀 전.

외부 이전을 반대한 세 명 가운데 한 명이 사라진다.

그리고 이틀 뒤.

나머지 두 명이 죽는다.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순서가 너무 정확하다.

반대한 사람은 세 명이었다.
한 명은 사라졌고, 두 명은 죽었다.

중원이 입을 연다.

“박정호가 범인일 가능성은?”

“있지.”

“피해자일 가능성은?”

불독이 중원을 바라본다.

“그것도 있고.”

중원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찾으면 되겠네요.”

“누가?”

“내가.”

불독의 입에서 헛웃음이 나온다.

“내가 아까 뭐라고 했냐?”

“빠지라고 했죠.”

“근데?”

“싫다고요.”

“언제?”

“지금.”

불독이 중원을 노려본다.

중원도 피하지 않는다.

잠시 후 불독이 의자에 등을 기댄다.

“진짜 지랄맞게 안 변했네.”

“팀장님도요.”

“내가 왜.”

“안 된다고 해놓고 자료 다 보여주잖아요.”

불독의 입이 닫힌다.

중원의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나 쓰려고 부른 거 아닙니까?”

“착각하지 마.”

“그럼 나갑니다.”

중원이 정말 자리에서 일어난다.

“앉아, 새끼야.”

중원은 기다렸다는 듯 다시 앉는다.

“예.”

불독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중원을 바라본다.

잠시 뒤.

불독이 서랍에서 작은 검은색 케이스를 꺼낸다.

그리고 테이블 위로 밀어 보낸다.

중원의 시선이 케이스로 향한다.

“뭡니까?”

“열어봐.”

중원이 뚜껑을 연다.

안에는 작은 카드 하나가 들어 있다.

중원이 사용하던 국의 신분 인증 카드.

지난 1년 동안 정지돼 있던 카드다.

중원이 불독을 바라본다.

“이거.”

“오늘 아침에 살렸다.”

“누가요?”

“내가.”

중원은 잠시 말이 없다.

그러다 웃는다.

“아까는 복귀 승인 안 났다면서요.”

“정식 복귀는 아니야.”

“그럼?”

“에이돌론 건 한정.”

불독이 중원을 똑바로 바라본다.

“임시 현장 복귀.”

중원의 손이 카드 위에서 멈춘다.

1년 만이다.

불독이 다시 입을 연다.

“조건 있다.”

“뭡니까.”

“혼자 움직이지 마.”

중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불독의 목소리가 낮아진다.

“이번에는 네 가족이 걸려 있어.”

“압니다.”

“아니.”

불독이 고개를 젓는다.

“너는 모를 거야.”

중원이 그를 바라본다.

“사람은 자기 가족 일이 되면 판단이 달라져.”

“그래서요?”

“네 판단이 흔들리면 옆에서 잡아줄 사람이 필요해.”

회의실을 나온 중원이 복도를 걷는다.

“선배.”

익숙한 목소리.

중원이 고개를 돌린다.

명현이다.

검은 재킷.

단정하게 묶은 머리.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다만 중원을 바라보는 눈은 조금 다르다.

“오랜만이네.”

명현은 대답하지 않는다.

그저 중원을 위아래로 천천히 훑어본다.

중원이 먼저 묻는다.

“왜.”

“살아 있나 보려고요.”

“멀쩡하잖아.”

“누가요?”

“나.”

명현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중원의 옆구리로 내려간다.

“아직 아파요?”

중원도 자신의 옆구리를 한번 내려다본다.

“가끔.”

명현의 표정이 금세 굳는다.

중원은 그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 웃는다.

“농담이야.”

“재미없어요.”

“너 아직도 잘 속네.”

“선배한테만 그래요.”

중원의 표정이 아주 잠깐 멈춘다.

명현도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은 듯 슬쩍 시선을 피한다.

“……애들은요?”

중원의 입가에 작은 웃음이 번진다.

“갑자기 애들?”

“진이랑 환이요.”

“집에 있어.”

명현이 잠시 망설인다.

“많이 힘들겠네요.”

“그렇지.”

“나중에…….”

명현이 중원을 한번 바라본다.

“가봐도 돼요?”

“애들 보러?”

“그럼 누구 보러 가겠어요?”

중원이 웃는다.

“나는 아닌가 보네.”

명현이 중원을 빤히 바라본다.

“선배는 지금 보고 있잖아요.”

중원이 잠시 할 말을 잃는다.

이번에는 명현의 입가에 아주 작은 미소가 번진다.

“왜요?”

“너 많이 컸다.”

“누구한테 배웠는데요.”

중원이 피식 웃는다.

“그 말 어디서 많이 들었는데.”

명현도 따라 웃는다.

아주 잠깐이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같은 날을 떠올린다.

1년 전.

비가 내리던 그날.

소설 삼춘 5화 1년 만에 다시 만난 중원과 뮤즈 명현이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
1년 만의 재회. 명현에게 중원은 단순한 선배가 아니고, 중원도 그녀의 달라진 눈빛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한다.

“둘이 연애하냐?”

뒤에서 불독의 목소리가 들린다.

명현이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본다.

“팀장님!”

중원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다.

“얘가 나 좋아한답니다.”

“선배!”

명현의 얼굴이 금세 붉어진다.

불독이 피식 웃는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아.”

“팀장님까지 왜 그래요!”

명현이 불독을 노려본다.

중원은 웃음을 참는 듯 고개를 돌린다.

“웃지 마요.”

“안 웃었는데.”

“지금 웃고 있잖아요.”

“기분 탓이야.”

불독이 두 사람 사이로 태블릿을 내민다.

“좋을 때다. 근데 연애는 나중에 하고.”

“아니라니까요.”

불독은 듣지도 않는다.

“뮤즈.”

그 한마디에 명현의 표정이 바로 바뀐다.

“네.”

“오늘부터 제로 붙어.”

명현의 시선이 중원에게 향한다.

중원도 불독을 바라본다.

1년 동안 멈춰 있던 이름.

ZERO.

국 내부에서도 중원을 본명보다 그 이름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더 많다.

현장 임무가 중지되면서 함께 봉인됐던 코드명.

그 이름이 다시 불린다.

중원이 짧게 숨을 내쉰다.

“진짜입니까?”

명현도 중원을 돌아본다.

“왜요?”

“다른 사람 없어요?”

명현의 표정이 굳는다.

“뭐라고요?”

중원이 슬쩍 고개를 젓는다.

“아니다.”

“저도 선배랑 하기 싫거든요.”

“잘됐네.”

“근데 명령이라 어쩔 수 없네요.”

불독이 혀를 차며 두 사람을 바라본다.

“잘들 논다.”

명현이 태블릿을 켠다.

박정호의 사진이 화면에 나타난다.

중원은 검은색 신분 카드를 집어 든다.

손가락으로 카드 모서리를 천천히 훑는다.

1년 만이다.

명현이 중원을 바라본다.

“준비됐어요?”

중원이 카드를 주머니에 넣는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뮤즈.”

명현의 움직임이 잠시 멈춘다.

1년 만이다.

중원의 입에서 자신의 코드명을 듣는 것이.

“네.”

중원이 문을 연다.

“이번엔 내 앞에 나오지 마.”

명현이 그 자리에 잠시 멈춰 선다.

중원은 아무렇지 않은 듯 먼저 걸어간다.

명현이 뒤에서 묻는다.

“아직도 그 얘기예요?”

중원은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또 맞기는 싫거든.”

명현의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가 중원의 뒤를 따라간다.

“이번에는 제가 지켜줄게요.”

중원의 걸음이 멈춘다.

살짝 뒤를 돌아본다.

“뭐라고?”

명현은 이미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다.

“빨리 가자고요.”

그녀가 중원을 앞질러 걸어간다.

중원은 그런 명현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본다.

그리고.

피식 웃으며 뒤따라간다.

소설 삼춘 5화 현장에 복귀한 중원과 뮤즈 명현이 함께 걸어가고 불독이 뒤에서 바라보는 장면
1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온 중원. 코드명 ZERO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고, 이번에는 그 곁에 뮤즈가 함께한다.

복도 끝.

불독이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다만 중원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다.

1년 전 자신이 현장에서 끌어내렸던 요원.

그 요원이 다시 현장으로 돌아간다.

ZERO.

그리고 이번에는.

그 옆에 뮤즈가 있다.

사라진 연구원 박정호.
ZERO의 첫 번째 추적이 시작된다.

제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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